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따뜻한 홍합탕 한 그릇의 빚

by 식물과함께 2022. 1. 13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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작년 12월, 서울의 신촌 지구대로 한 어르신이 찾아 오셔서 “미국에 사는 친구가 좀 전해달라고 부탁을 했다” 면서 노란봉투 하나를 지구대장님에게 전하고 떠났습니다.

이 봉투 안에는 2천 달러 짜리 수표와 함께 ‘존경하는 신촌 파출소 소장님께’ 라고 시작되는 손 편지가 들어있었습니다.

편지를 보낸 분은, 미국 뉴욕에 사는 70대 어르신이었는데요.

사연은, 이 어르신이 20대 청년이었던 1970년대로 돌아갑니다.

당시에 강원도 농촌 마을에서 서울 신촌으로 올라와서 살던 고학생 시절에, 추운 겨울날에 아르바이트를 마치고 집으로 돌아가는데 신촌시장 뒷골목에서 한 아주머니가 리어카를 세워두고 팔던 홍합이 너무 따뜻하고 맛있어 보였다고 합니다.

돈은 없는데 배가 너무 고파서 한 그릇만 좀 먹을 수 있겠냐며 돈은 내일 가져다드리겠다 했더니, 이 아주머니가 선뜻 따뜻한 홍합탕을 내주었다고 합니다.

하지만, 다음날에도 돈이 없었던 이 고학생은 결국에는 홍합탕 값을 치르지 못했습니다.

그렇게 시간이 흘러서 군복무를 하고 미국으로 이민까지 떠나게 되었는데요.

평생에, 그 겨울날의 홍합탕 값을 내지 못한 것이 늘 마음에 걸렸던 것입니다.

어르신은 손 편지에, “그 친절하셨던 아주머니에게 평생을 거짓말쟁이로 살아왔다는 죄책감에 빠져 있었다.”면서 “너무 늦었지만 홍합탕 한 그릇의 빚을 갚는 심정으로 지역 내의 어려운 분들에게 식사 한 끼라도 제공해주시면 감사하겠다.” 라고 손 편지를 마무리 했습니다.

어르신의 뜻에 따라서 그 돈은 신촌의 어려운 이웃 분들에게 음식과 생필품을 지원하는 단체에 잘 전달이 되었는데요.

이렇게 50년 동안이나 잊지 못한 따뜻한 홍합탕 한 그릇은, 이 추운 겨울날 마음을 뭉클하게 해주는 사연으로 전해졌습니다.

모든 선행이 그렇듯이, 일대일이 아니라 이렇게 꼬리에 꼬리를 물고 큰 원을 그리면서 돌 때에 우리 사회가 더 행복해지는 것이 아닐까 싶습니다.

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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